낫은 알지만 기역 자는 몰랐던 아버지는
구릿빛 근육으로 땡볕에서 평생 일 만 하며 사섰다
날카로운 성깔로 잡초 근성인 잡풀들을 호령하며
소의 목덜미에 쟁기와 가래를 씌워 논 밭을 부렸다
그러나 글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서
코 묻은 자식들에게 글자를 묻고 또 물으섰다
가끔씩 서슬 퍼런 목소리로 채찍질하던 자식들과 달리
소와 염소 一家에게는 온갖 정성과 비위를 맟춰가며
더없이 인자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던 그 눈빛
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
고향 떠난 자식들이 안부 전화라도 할지라면
검버섯 핀 얼굴로 변했지만 성깔만은 잠들지 않아
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
잘 있으면 됐다,어서 끊자
나를 할 말 없이 하시던 그 목소리
언제나 보고 듣고 싶어도 이제는 꿈에서나
보고 들을 수 있는 그 눈빛과 그 목소리
인순이 (아버지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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